홋카이도 여행에서 가장 기대했던 게 뭐냐고요? 저는 단연 우니(성게)였습니다. 삿포로 시내에서도 먹을 수 있지만, 현지인들 사이에서 "진짜 우니는 샤코탄(積丹)에서 먹어야 한다"는 말이 돌더라고요. 그래서 찾아간 곳이 후쿠스시(冨久寿司)였습니다. 오타루 관광지에서 차로 40분 정도 떨어진 샤코탄 반도의 작은 어촌마을에 자리한 이 집은, 관광객보다 일본 현지인들이 더 많이 찾는 곳이었습니다.

왜 하필 샤코탄까지 갔을까? 우니 시즌과 현지 맛집의 의미
홋카이도에서 해산물 맛집을 찾다 보면 가격대가 천차만별입니다. 오타루 운하 근처 관광지 초밥집은 카이센동 하나에 15만 원이 훌쩍 넘는 곳도 많더라고요. 저는 솔직히 "관광객 상대로 바가지 씌우는 건 아닐까?" 하는 의심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구글 지도와 일본 현지 맛집 리뷰 사이트인 타베로그(Tabelog)를 뒤지기 시작했죠.
후쿠스시를 발견한 건 순전히 운이었습니다. 타베로그 평점 3.19점, 리뷰 29개로 그리 유명한 집은 아니었지만, 리뷰 내용이 예사롭지 않았어요. "츠키다니 성게의 계절이 기다려진다", "간신히 들어간 성게" 같은 제목들이 눈에 띄었습니다. 여기서 츠키다니(月立)란 샤코탄 지역에서 잡히는 적우니(바후운, 馬糞雲丹)를 의미하는데, 6월부터 8월까지가 제철입니다 (출처: 홋카이도 수산물 정보센터). 일반 백우니에 비해 맛이 진하고 크리미한 식감이 특징이죠.
제가 방문한 건 7월 중순이었는데, 딱 우니 시즌 한가운데였습니다. 샤코탄은 홋카이도에서도 손꼽히는 청정 해역으로 알려져 있어요. 해수 온도와 다시마 등 먹이 조건이 우니 성장에 최적이라고 합니다. 그래서 현지인들도 "우니는 꼭 샤코탄에서"라고 입을 모으는 거죠.
생우니초밥, 카이센동, 모둠튀김... 실제로 먹어본 솔직 후기
가게는 오타루 르타오 본점에서 차로 40분 정도 걸렸습니다. 도착해 보니 2층 건물의 소박한 초밥집이었어요. 1층은 다찌 좌석(주방을 마주보는 바 형태 좌석)이었고, 주방에서 스시를 만드는 모습을 바로 눈앞에서 볼 수 있었습니다. 점심시간이었는데도 손님은 거의 일본인뿐이었어요. 저희 일행 말고는 전부 현지 분들이었던 것 같습니다.
메뉴판을 펼쳤을 때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 건 '바후운 18,000엔'이라는 가격표였습니다. 적우니와 백우니를 모두 올린 특상 덮밥이었는데, 솔직히 "이 정도면 오타루 관광지 가격이랑 비슷한데?"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하지만 일반 카이센동은 2,200엔, 생우니초밥 세트는 2,400엔 정도로 합리적이었습니다. 저는 카이센동(海鮮丼)과 니기리(握り, 초밥) 세트, 그리고 모둠튀김을 주문했습니다.
먼저 나온 카이센동을 보고 깜짝 놀랐습니다. 밥 위에 신선한 해산물이 빼곡하게 올라가 있더라고요. 우니, 연어알(이쿠라), 보탄새우, 관자(가리비), 광어, 연어가 한 그릇에 들어 있었어요. 여기서 이쿠라(いくら)란 연어알을 소금이나 간장에 절인 것을 말하는데, 일본에서는 초밥이나 덮밥의 필수 토핑으로 여겨집니다. 저는 젓가락으로 우니부터 떠먹었는데, "지금까지 제가 먹던 우니는 뭐였지?" 싶을 정도로 비린 맛이 전혀 없었어요. 크리미하면서도 바다향이 진하게 올라오는 게, 마치 해산물의 해상도가 480p에서 1080p로 업그레이드된 느낌이었습니다.
관자도 정말 놀라웠어요. 씹을 때마다 탱글탱글 튀어 오르는 식감이 마치 고무공 같았습니다. "관자가 이렇게 맛있는 거였어?" 싶더라고요. 이쿠라는 입 안에서 톡톡 터지면서 고소한 맛이 퍼졌고, 보탄새우는 달콤한 맛이 일품이었습니다.
니기리 세트는 말 그대로 종합선물세트였습니다. 우니, 광어, 연어, 도로(참치 뱃살), 새우, 관자 등 8가지 종류가 나왔는데, 하나도 빠짐없이 다 맛있었어요. 특히 도로(トロ)는 참치 중에서도 지방 함량이 높은 뱃살 부위를 말하는데, 입에 넣자마자 녹아내리는 식감이 정말 환상적이었습니다. 제가 그동안 먹어본 초밥 중 단연 최고였어요.
모둠튀김도 추가로 주문했는데, 새우와 채소가 바삭하게 튀겨져 나왔습니다. 튀김옷이 얇고 가벼워서 느끼하지 않았고, 재료 본연의 맛이 살아 있었어요. 덴츠유(天つゆ, 튀김 소스)에 찍어 먹으니 더 맛있더라고요.
가성비와 현지 분위기, 그리고 다시 가고 싶은 이유
후쿠스시의 가장 큰 장점은 가성비입니다. 제가 주문한 메뉴를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 카이센동: 2,200엔 (약 2만 원)
- 니기리 세트: 2,400엔 (약 2만 2천 원)
- 모둠튀김: 800엔 (약 7천 원)
총 5,400엔, 한화로 약 5만 원 정도였습니다. 오타루 관광지에서 비슷한 퀄리티의 음식을 먹으려면 최소 10만 원은 각오해야 하는데, 후쿠스시는 절반도 안 되는 가격이었어요. 게다가 재료의 신선도나 맛은 오히려 더 뛰어났습니다.
가게 분위기도 좋았어요. 관광지 특유의 번잡함이 없었고, 현지인들이 조용히 식사를 즐기는 모습이 인상적이었습니다. 주방장이 직접 초밥을 쥐는 모습을 보면서 먹으니, "아, 내가 지금 진짜 일본 로컬 맛집에 와 있구나" 하는 느낌이 들었어요.
영업시간은 오전 11시부터 오후 9시까지이고, 부정기 휴무가 있다고 합니다(출처: 타베로그). 예약도 가능하니, 성수기에 방문하신다면 미리 전화로 예약하는 걸 추천합니다. 주차장도 있어서 렌터카로 이동하기 편했어요.
샤코탄까지 가는 길이 다소 멀긴 했지만, 그만한 가치가 충분했습니다. 저는 솔직히 "이거 먹으러 또 홋카이도 가고 싶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어요. 홋카이도 여행에서 우니나 해산물을 제대로 먹어보고 싶으시다면, 관광지 맛집보다는 샤코탄 같은 어촌 지역의 현지 맛집을 찾아가 보세요. 가격도 훨씬 저렴하고, 무엇보다 진짜 신선한 해산물의 맛을 경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