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에이 투어를 마치고 삿포로 시내로 돌아오니 저녁 8시가 훌쩍 넘어 있었습니다. 영하의 날씨에 온종일 돌아다닌 탓에 몸이 얼어붙은 상태였죠. 이럴 때 생각나는 건 역시 따뜻한 스프카레였는데, 문제는 삿포로 시내 대부분의 스프카레 전문점이 9시 전후로 문을 닫는다는 점이었습니다. 급하게 검색하던 중 늦은 시간까지 영업하는 '스프카레 샤바조'를 발견했고, 이 집이 스프카레 전문점 중 유일하게 예약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눈길이 갔습니다.

예약 시스템과 실제 웨이팅 현황
일반적으로 스프카레 전문점은 워크인(Walk-in) 방식만 운영한다고 알려져 있지만, 샤바조는 온라인 예약 시스템을 갖춘 몇 안 되는 곳입니다. 제 경험상 이건 예상 밖이었는데, 예약이 가능하다고 해서 대기 시간이 없는 건 아니더라구요.
저는 토요일 저녁에 예약 없이 방문했고, 약 1시간 정도 웨이팅했습니다. 흥미로운 건 예약 손님들도 입장 가능 시간까지 꽤 기다려야 했다는 점입니다. 입구에서 안내를 담당하시는 직원분이 영어를 거의 못하셔서 상황 파악이 쉽지 않았습니다. 다만 실내에 대기 공간이 마련되어 있고 의자도 충분해서, 한겨울 추위를 피해 편하게 기다릴 수 있었습니다.
오도리역(大通駅)에서 도보 3분 거리에 위치한 샤바조는 지하 보행로(삿포로 노스 플라자)를 통해 직접 접근이 가능합니다. 눈보라가 치는 날에도 실내 통로로 이동할 수 있다는 점에서 접근성이 뛰어납니다. (출처: 삿포로 관광공사).
메뉴 구성과 주문 방식의 특이점
스프카레는 홋카이도의 향토 음식으로, 일반 카레와 달리 국물이 많고 스파이스의 풍미가 강한 것이 특징입니다. 쉽게 말하면 카레보다는 매콤한 스튜에 가깝다고 보시면 됩니다. 샤바조는 특히 양뼈(羊骨)를 우린 육수를 베이스로 사용하는데, 이는 홋카이도에서도 보기 드문 조리법입니다.
메뉴판은 한글과 영어가 모두 구비되어 있었고, 주문을 받는 직원분이 영어를 유창하게 구사해 의사소통에 전혀 문제가 없었습니다. 한 가지 주의할 점은 1인당 1개의 메뉴를 주문해야 한다는 원칙이 있다는 것입니다.
제가 주문한 메뉴는 다음과 같습니다:
- MIX 코코넛 쇠고기 조림 스프카레
- 닭 백탕스프 닭다리 (맵기 레벨 3단계)
- 밥 200g (레몬즙 추가)
- 사이드: 브로콜리, 베이컨
- 음료: 우롱차, 생맥주
주문 후 약 10분 만에 음식이 나왔는데, 개인실(個室) 형태의 좌석에 배정받아 신발을 벗고 들어가니 마치 동굴 속에 들어온 듯한 아늑한 분위기였습니다. 실내는 총 52석 규모로, 2인부터 16인까지 수용 가능한 다양한 크기의 개인실을 갖추고 있습니다.
실제 맛 평가와 레몬 밥의 효과
스프카레를 처음 먹어보는 거라 기대 반 걱정 반으로 국물을 떠먹었는데, 솔직히 이건 예상을 완전히 뛰어넘었습니다. 하루종일 영하의 날씨에 떨다가 마신 따뜻하고 칼칼한 닭 백탕 베이스 국물 한 입이 얼어붙은 몸과 마음을 싹 녹여주더라구요.
코코넛 스프카레는 먹기 전 태국의 톰얌꿍과 비슷하지 않을까 예상했는데, 실제로는 훨씬 더 이국적이고 복합적인 맛이었습니다. 코코넛 밀크의 고소함이 스파이스의 자극을 적절히 중화시키면서도, 양뼈 육수 특유의 깊은 감칠맛은 그대로 살아있었습니다.
의외로 좋았던 건 레몬즙을 뿌린 밥이었습니다. 일반적으로 카레에는 흰밥만 나온다고 알려져 있지만, 제 경험상 스프카레는 레몬즙과의 궁합이 훨씬 좋습니다. 그냥 흰밥은 국물의 강한 맛에 밀려 존재감이 약한데, 레몬의 산미가 그 아쉬운 부분을 채워주면서 입안을 개운하게 만들어줍니다.
다만 밥 200g은 제 기준으로 좀 많았습니다. 국물 자체가 상당히 든든한 편이라 100g 정도면 충분할 것 같습니다. 가격대는 1인당 2,000~3,000엔 선으로, 삿포로 시내 물가를 고려하면 합리적인 수준입니다. (출처: 일본정부관광국).
다시 삿포로에 가게 된다면 재방문할 의향이 충분한 곳입니다. 특히 늦은 시간까지 영업한다는 점, 개인실에서 편하게 식사할 수 있다는 점, 그리고 무엇보다 추운 겨울날 몸을 녹여주는 따뜻한 국물의 매력은 한번 경험하면 잊기 어렵습니다. 다만 웨이팅은 각오하고 가시는 게 좋겠습니다.